사람은 왜 변하고 싶어 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할까

심리학

사람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다.”
지금의 삶이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이대로 계속 가는 것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방향을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그런데 막상 변화를 앞에 두면 마음이 느려진다. 결심은 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모순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변화를 향한 욕구와 변화를 막는 힘이 동시에 존재한다. 변하고 싶다는 건 지금의 상태가 불완전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반면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건, 지금의 상태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감각에서 나온다. 이 두 감정은 동시에 진실일 수 있다.

변화는 단순히 다른 행동을 하는 일이 아니다. 변화를 선택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나를 설명해오던 이야기들이 흔들린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정체성, 익숙한 패턴, 반복해온 선택들이 더 이상 안전한 기준이 아니게 된다. 이때 사람은 결과보다도 정체성의 흔들림을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변화는 기대보다 위협처럼 다가온다. 더 나아질 가능성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무너질 가능성이 먼저 떠오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가깝다. 이 불안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변화에 대한 욕구를 쉽게 눌러버린다.

이 심리는 특히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나름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그 방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설령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익숙한 방식은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다. 변화는 이 안전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 때문이다. 변화의 과정에는 어설픔, 시행착오,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이 포함된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상태로 머무는 시간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변화보다 ‘유지’를 선택하는 편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이 장면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상태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보인다. 지금의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내가 예측할 수 있다. 반면 변화는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변화는 자유가 아니라 위험처럼 느껴진다.

변하고 싶어 하면서도 멈춰 있는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 멈춤은 나약함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지키려는 본능에 가깝다. 문제는 이 본능을 무조건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까지 지키려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할 때 생긴다.

변화는 결단이 아니라, 균형의 이동에 가깝다.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아주 작은 선택들이 기존의 균형을 조금씩 바꾼다. 이 사실을 모를 때, 변화는 지나치게 거대한 사건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변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지금의 나도 쉽게 놓지 못한다. 이 두 마음이 공존하는 건 모순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아직 준비가 안 돼서가 아니라 변화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변화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은, 사실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신호가 아닐 수 있다. 그만큼 지금의 삶이 나에게 의미 있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 의미를 부정하지 않은 채, 다음 방향을 어떻게 열어갈지다.

사람은 늘 변화를 원하면서 동시에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 사이에서 삶은 조금씩 이동한다. 급격한 변화보다, 이해를 동반한 변화가 오래 간다. 그래서 변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태도, 변화의 일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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