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보다 시도 자체가 무서운 사람들의 공통점

심리학

실패가 무섭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짜 두려운 건 실패 이후가 아니라 시도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 결과가 나쁘게 나올까 봐서라기보다, 아예 시작하는 순간이 부담스럽다. 시작 버튼 앞에서 오래 망설이고, 결국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라는 말로 물러선다. 이때 사람은 실패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 머문다.

이런 사람들은 실패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실패를 피하는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정교하게 발전시킨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시도 자체를 미루는 것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발생하지 않는다. 가능성은 열린 채로 남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보류된다.

시도가 무서워지는 이유는 결과 때문이 아니다. 시도하는 순간, 자신이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때의 나는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시작하는 순간, 나는 ‘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곧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로 분류된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큰 심리적 부담을 만든다.

특히 성실하고 자기 기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대충 해보는 시도는 성격에 맞지 않고, 어설픈 결과를 내놓는 것도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준비가 충분해질 때까지 기다리지만, 그 준비는 끝나지 않는다. 준비는 점점 완벽을 향해가고, 시도는 점점 멀어진다.

이 과정에서 시도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로 바뀐다. 결과보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라는 평가가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실패보다 시도가 더 무섭다. 실패는 결과의 문제지만, 시도는 정체성의 문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심리는 비교와도 연결된다. 시도를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 아직 준비 중일 때는 비교가 흐릿하지만,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비교는 구체화된다. 이때 느낄 수 있는 열등감이나 좌절을 미리 피하기 위해, 사람은 시도를 뒤로 미룬다.

겉으로 보면 용기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 실패보다 시도가 무서운 사람들은 스스로를 쉽게 부정하지 않기 위해, 아예 평가의 장에 올라가지 않으려 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직 판단되지 않은 상태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나는 아직 준비 중”이라는 말이 익숙해진다. 준비 중이라는 상태는 편안하다. 아직 부족해도 괜찮고, 아직 결과가 없어도 설명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상태는 점점 무거워진다.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쌓이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줄어든다.

이 장면을 계속 보다 보면 한 가지가 보인다. 시도가 무서운 이유는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통해 드러날 나 자신의 모습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려움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평가의 방식과 더 깊이 연결돼 있다.

시도를 미루는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다만 왜 이렇게까지 시도를 피하고 있는지, 그 시도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지는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도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현실로 끌어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패보다 시도가 무서운 순간은, 아직 가능성으로 남아 있고 싶은 마음이 강할 때 찾아온다. 그 마음은 나약함이 아니라, 자신을 쉽게 잃고 싶지 않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신호를 어떻게 다룰지는 결국 스스로의 선택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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