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이미 한 선택을 정당화하려 애쓸까

심리학

선택을 하고 나면 이상한 변화가 생긴다. 선택하기 전에는 여러 가능성이 공존하지만, 선택이 끝나는 순간부터는 다른 길이 점점 흐릿해진다. 그 선택이 정말 최선이었는지 의심하다가도, 어느새 “그때는 그게 맞았어”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은 왜 이렇게 이미 한 선택을 붙잡고 정당화하려 할까.

선택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다.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방향을 택하는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포기한다. 이 포기는 생각보다 큰 감정적 부담을 만든다. 만약 지금의 선택이 틀렸다면, 포기했던 다른 가능성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선택의 결과를 평가하기보다, 선택 자체를 옳았다고 믿는 쪽을 택한다.

이 심리의 중심에는 후회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후회는 현재형 감정이 된다.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강한 무력감을 남긴다. 그래서 사람은 후회를 줄이기 위해 선택을 정당화한다.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 편이 마음이 덜 아프기 때문이다.

이미 한 선택을 정당화하는 과정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선택 이후에는 그 선택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눈에 들어온다. 반대 사례는 예외로 처리되고, 불리한 결과는 외부 요인으로 설명된다. 이렇게 해석이 조금씩 쌓이면, 선택은 점점 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결정’이 된다.

이 구조는 작은 선택보다 중요한 선택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직업, 관계, 거주지처럼 삶의 방향과 연결된 선택일수록 그렇다. 이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이 함께 흔들린다. 그래서 사람은 선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함께 살아온 자신을 지키려 한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정당화가 항상 의식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해석의 방향이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그래도 이 선택 덕분에 배운 게 있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 말은 거짓이라기보다, 마음이 균형을 찾기 위해 만들어낸 설명에 가깝다.

선택을 정당화하는 태도는 때로는 삶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만약 모든 선택을 계속 의심한다면, 사람은 현재를 살아가기 어렵다. 이미 지나간 결정을 붙잡고 흔들리는 대신, 그 선택을 기반으로 다음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정당화는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정당화가 지나치게 강해질 때 생긴다. 선택의 결과가 분명히 나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데도, 선택 자체를 건드리지 않으려 할 때다. 이때 사람은 상황을 바꾸기보다 해석을 더 단단히 붙잡는다. 불편함을 느끼는 대신, “이게 맞아”라는 말로 자신을 묶어둔다.

이 장면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한 가지가 보인다. 사람은 선택을 합리화하는 게 아니라, 선택 이후의 자신을 보호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선택이 틀렸다는 사실보다, 그 선택을 한 내가 틀렸다는 느낌이 더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한 선택을 정당화하려 애쓰는 자신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일 수 있다. 다만 그 정당화가 나를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지, 아니면 같은 자리에 머물게 하는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선택은 과거의 일이지만, 해석은 현재에서 계속 만들어진다. 이미 한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마음이 들 때, 그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붙잡고 있는 이유를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이해하는 순간, 선택은 고집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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