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정은 객관적인 비교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실제로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고,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감정이 드는 이유는,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현재가 아니라 ‘진행 상황’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왔어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사람은 자신을 현재의 모습으로 평가하지 않고, 상상 속의 타이밍과 비교한다. “이 나이쯤이면 이 정도는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묘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기준에 닿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 뒤처졌다는 감정이 생긴다. 문제는 이 기준이 어디에서 왔는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이 감정이 더 강해지는 시점은 주변의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할 때다. 누군가의 성과 소식, 새로운 시작, 눈에 보이는 결과는 마치 시간표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직 이 칸에 도착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시간표는 실제 삶의 흐름이 아니라, 타인의 일부 장면만을 모아 만든 이미지에 가깝다.
‘뒤처짐’이라는 감정의 핵심에는 비교보다도 해석이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나는 아직 준비 중이야”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나는 늦었어”라고 말한다. 차이는 속도가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현재를 임시 상태로만 취급할수록, 삶은 늘 뒤처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 감정은 특히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계획을 세우고, 단계를 밟아가며 살아온 사람일수록 예상과 다른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계획에서 벗어난 시간은 실패처럼 느껴지고, 그 순간 자신을 평가절하하게 된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표가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흔들리는 흐름에 가깝다.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감정이 반복되면, 현재의 가치가 점점 희미해진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쌓아온 과정은 의미 없는 대기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때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착을 기다리는 상태가 된다. 아직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족할 수 없고, 아직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한다.
이 장면을 계속 보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이 보인다. 뒤처졌다는 감정은 실제 위치보다,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현재의 나를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만 취급할수록, 마음은 계속 다음 칸을 바라본다. 그러는 사이 현재는 계속 비워진다.
이 감정을 없애려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이 감정이 정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를 계속 진행 중으로만 남겨두기 위한 사고 방식인지는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뒤처졌다는 느낌은 때로는 방향을 점검하라는 신호일 수 있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너무 빠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삶에는 정해진 속도가 없다.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감정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이 사실인지 해석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의 무게는 달라진다. 뒤처진 삶이 아니라, 아직 다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 삶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